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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구강 속 세균이 장내에 정착해 만든 물질이 뇌까지 영향을 미쳐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아 건강을 위한 양치질이 단순한 위생 차원을 넘어, 뇌 질환 예방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생명과학과 고아라 교수·박현지 박사과정 연구원, 성균관대 의대 이연종 교수·천지원 박사과정 연구원, 서울대 의대 김한준 교수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구강세균이 장에서 만들어내는 특정 대사산물이 파킨슨병 발병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9월 5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세균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했다. 이 세균이 생산하는 효소 ‘우로카네이터 환원효소(Urocanate reductase, UrdA)’와 대사산물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Imidazole Propionate, ImP)’ 역시 환자 혈액에서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실험용 동물 모델의 장에 해당 세균을 주입한 결과, 혈액과 뇌 조직 내 ImP 농도가 크게 상승했다. 이는 장내에서 생성된 물질이 혈류를 통해 뇌로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과정에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알파 시누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 응집이 촉진되는 등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병리 과정이 세포 내 신호 단백질 mTORC1 활성에 의존하며, mTORC1 억제제를 투여할 경우 증상이 억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을 표적으로 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어주며, 조기 진단·예방 전략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고아라 POSTECH 교수는 “구강–장–뇌를 연결하는 새로운 발병 경로를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장내 미생물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의 길을 제시한 연구”라고 의미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