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황제 경호’가 아니라 ‘연예인 특권’…변우석 공항 논란이 보여준 한국 연예계의 민낯
  • 편집국
  • 등록 2025-10-06 21:39:08
  • 수정 2025-10-06 21:48:49

기사수정
  • - 공항에서 일반 시민에 플래시 쏘며 ‘위력 과시’…벌금형 받은 경호원보다 더 큰 책임은 ‘공개 이동’ 선택한 소속사와 배우

배우 변우석/사진=구글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경호 작전 현장’처럼 만든 배우 변우석의 경호원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단순히 경호원 개인의 일탈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연예계의 ‘과잉 경호 문화’, ‘공개 팬쇼식 이동 관행’, 그리고 ‘소속사의 책임 회피’라는 오래된 병폐를 그대로 드러냈다.

인천지방법원은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변우석의 사설 경호원 A씨와 경호 업체에 각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공항에서 변우석의 경호 중 일반 시민들을 향해 강한 플래시를 비추며 “길을 터라”는 듯 위력을 과시했다. 팬도 아닌 일반 승객들이 그 장면을 촬영해 공개하면서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빛을 비추는 행위는 물리력 행사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정당한 경호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경호 과잉’이 아니다. 배우와 소속사가 공개적인 ‘출국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일반인 피해’를 예견하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점이다.


재판부 역시 “경호가 필요하다면 일정을 비공개하고 조용히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변우석 측의 공개 이동은 사실상 팬 미팅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주목한다. 박지훈 변호사는 “공항을 마케팅의 무대로 삼는 일부 연예인들의 관행이 문제의 뿌리”라며 “경호원이 아니라, 그 상황을 연출하고 부추긴 주체가 진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한국 연예계는 ‘공항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출국·입국 장면을 언론 노출용 콘텐츠로 소비해왔다.


배우와 아이돌들이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비공개’ 대신 ‘대대적 공개’를 택하고, 소속사는 이를 ‘홍보 효과’로 환산한다.


그 결과, 경호는 ‘안전 확보’가 아닌 ‘이미지 관리 도구’로 전락했다.


공항을 팬미팅장으로, 경호원을 ‘보안요원’이 아닌 ‘이미지 관리인’으로 만든 건 연예인 본인과 소속사다.


한국 연예계가 진정으로 ‘성숙한 문화산업’을 지향한다면, 대중 앞에서의 책임감부터 되찾아야 한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 서기 위해 타인의 시야를 가리고, 시민에게 플래시를 쏘는 ‘황제 경호’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법원도 벌금이 아니라 실형을 선고해서 연예인들과 엔터회사들이 다시는 일반 시민들을 우습게 보거나 무시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살며 살며’, 홍정애 작가의 따뜻한 출판기념회로 새로운 출발을 알리다 지난 11일, 충북 음성에서 열린 홍정애 작가의 ‘살며 살며’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 ‘살며 살며’를 기념하는 자리로, 많은 팬들과 독자들이 참석해 작가와의 소통을 이어갔다.행사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역말풀갤러리에서 열렸으며, 작가의 진심이 담긴 인사말과 함...
  2. 한류문화관광총연합회, 필리핀 세부 ‘시눌룩 축제’와 MOU 체결 한류문화관광총연합회(회장 장한식)가 2026년 필리핀 대표축제인 ‘세부 시눌룩(Sinulog) 축제’와 문화 교류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 전통공연단이 축제 공식 무대에 오르며, 한류문화의 세계적 확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시눌룩 축제는 매년 1월 셋째 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문화행사로, 아기 ...
  3. [스포츠 속으로] 한국야구의 황금세대는 왜 다시 오지 않는가 1990년대 초, 한국 야구는 천재 투수들의 시대였다. 조성민, 임선동, 박찬호, 정민철, 손경수, 염종석, 차명주.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세대였다. 140km 직구가 고속구로 불리던 시절, 이들은 이미 150km를 던졌다. 투구 밸런스, 제구, 구위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고교 대회는 관중으로 가득했고, 대학야구는 방송 중계의 주역이었다. 젊은...
  4. 한국, 1인당 라면 소비 세계 2위…베트남이 1위 차지 한국이 지난해 1인당 79개의 라면을 소비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로 나타났다.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1인당 라면 소비 1위는 81개를 기록한 베트남이 차지했다.베트남과 한국에 이어 태국(57개), 네팔(54개), 인도네시아(52개), 일본(47개), 말레이시아(47개), 대만(40개), 필리핀(39개), 중국(홍콩 포함·31개) ...
  5. 먹방, 이제 그만 좀 합시다! 한때 ‘국민 힐링 콘텐츠’로 불리던 먹방이 이제는 대중의 피로와 냉소를 동시에 사고 있다. KT ENA가 인기 유튜버 쯔양을 앞세워 내놓은 예능 ‘어디로 튈지 몰라’가 대표적이다. 첫 방송 시청률은 0.7%였지만 2회 0.5%, 3회 0.3%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시청률이 사라진 셈이다.수천만 구독자를 거느린 먹방 유튜버가 등장해도 시청.
  6.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의 산증인, 투다리 창업주 김진학 회장 별세 1987년 ‘제물포 작은 꼬치구이’에서 시작해 30년 외식 프랜차이즈 역사의 상징이었던 투다리의 창업주 김진학(향년 78세) 이원 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오후 8시 41분 인천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회사 측이 8일 밝혔다.전남 진도 출신인 고인은 목포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포항제철 근무를 거쳐, 35세 때 7급 공무원 시험에 합...
  7. 주한미군, 워싱턴은 철수를 말하지만, 그들은 남고 싶다. 최근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다시 고개를 든 ‘주한미군 철수론’은 언제나 그렇듯 정치적 파장을 동반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 땅에서 근무하는 미군 장병들에게 ‘철수’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단어다. 그들의 일상은 이미 ‘남고 싶은 근무지’, ‘정착형 기지’라는 표현에 가깝다.평택, 미군이 말하는 ‘드림...
  8. 김정훈, 6년 만의 국내 복귀 상류층 빌라를 무대로 얽히고설킨 부부들의 비밀과 불륜, 감시, 복수를 다루는 드라마 ‘부부 스캔들: 판도라의 비밀’(가칭)에 가수 겸 배우 김정훈이 합류한다. 김정훈은 심리상담사이자 관찰자인 ‘우진’ 역을 맡으며, 2019년 사생활 논란 이후 중단했던 국내 활동을 재개한다.UN 출신 아이돌에서 배우로김정훈은 2000년 듀오 &l...
  9. 노벨상 전광판에 뜬 ‘한일전 스코어 27:0’… 기초과학이 아닌 ‘스펙’에 투자한 사회의 결과 스포츠 경기라면 온 국민이 분노했을 한일전 스코어가, 올해는 노벨상 전광판에 선명히 찍혔다. 일본 27명, 한국 0명. 일본은 1949년 이후 매년처럼 노벨 과학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여전히 ‘0’의 늪에 갇혀 있다.겉보기에는 투자도, 통계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OECD R&D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전체 연구개발비의 12%를, 한...
  10. 환절기, 왜 유난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질까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환절기에는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이 빠진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머리를 감거나 말릴 때, 빗질할 때마다 손에 잡히는 머리카락이 늘어나며 단순히 계절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신체 변화와 관련된 생리학적 원인이 있다.기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몸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이 과정에서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