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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직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대를 돌파했던 달러당 원화값이 연휴 기간 동안 1,42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다시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연휴 이후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선 원화 약세 추세가 장기화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2일(추석 연휴 직전 마지막 거래일) 1,400.00원 대비 20.60원 하락한 1,420.6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개장가는 전일 대비 23.00원 내린 1,423.00원이며, 장중에는 1,42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이 문을 닫은 6~9일간, 역외(오프쇼어) 시장에서는 달러당 원화값이 1,427.88원까지 올라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는 연휴 동안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20원대까지 치솟은 흐름과 궤를 같이했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및 국내 요인이 얽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하며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협상에서 환율 관련 불확실성이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과 일본 쪽에서도 환율 압력이 존재했다. 프랑스 정치 리스크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고,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로 엔화도 약세 폭을 키웠다.
한국투자증권의 문다운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둔화 조짐에도 뚜렷한 약달러 반전 재료가 보이지 않고,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로 주요 지표 발표가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월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환율ㆍ외교 여건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NH선물의 위재현 연구원은 “연휴 직전 기관과 외국인들이 달러 쇼트 포지션을 쌓아왔기 때문에, 연휴 이후에는 이들의 언와인딩(포지션 청산)으로 단기적으로 급등 변동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환율이 더 올라가려면 실수요(해외 투자 수요 등)가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거 사례를 보면 설 연휴 직전 1,400원대 돌파 후 4일 만에 27.72원 급락한 적이 있으며, 이후 70일가량 하락 흐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