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논현 한복판에서 숙성회 맛집 ‘물고기자리’
  • 이동렬 기자
  • 등록 2025-09-08 18:18:35
  • 수정 2025-09-09 00:41:14

기사수정
  • -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자리

물고기 자리 숙성회/사진=물고기 자리 

서울 강남의 중심, 논현역 인근 영동시장은 하루의 분주함을 고스란히 품은 공간이다. 낮에는 장을 보는 이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저녁이 되면 골목마다 불빛이 켜지며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 시장 안쪽, 광주육전과 현대해장국 사이에 숨어 있는 ‘물고기자리 논현점’은 이름처럼 은은히 빛나는 별자리 같은 존재다.


숙성의 미학, 무한의 향연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단연 숙성 모둠회 무한리필 코스다. 가격은 1인 4만2000원. 그러나 가격보다 중요한 건 그 뒤에 따라오는 경험이다.


식전으로 야채죽과 미소장국이 준비되고, 첫 번째로 등장하는 멍게가 미각을 깨운다. 바다 내음이 가득한 그 한 점이 소주잔을 부른다. 이어지는 모둠 숙성회 오마카세와 초대리밥은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게 만든다. 방어와 도미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감싸고, 무한리필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떤 손님은 이 코스를 네 번이나 리필했다고 한다.


여기에 마늘버섯구이가 회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도미머리구이는 압도적인 크기와 담백함으로 테이블을 장악한다. 바삭하게 튀겨낸 멘보샤와 양파튀김은 의외의 즐거움을 안기며, 마지막으로 내어주는 서더리 매운탕은 바다의 깊은 맛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세심한 운영, 잊지 못할 배려


영업시간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주 일요일은 쉰다. 논현역 3번 출구에서 불과 263m,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다만 주차 공간은 없어 대중교통 이용을 권한다.


예약은 필수다. 특히 저녁 7시 이후에는 앞 타임 손님과 겹쳐 잠시 대기를 할 수 있다. 인원 변경은 반드시 도착 2시간 전까지는 알려줘야 한다. 


물고기 자리 입구/사진=물고기 자리 

오늘을 기억하게 만드는 자리


‘물고기자리’의 모든 재료는 당일 준비와 당일 소진을 원칙으로 한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숙성회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다림과 정성이 담긴 결과물이다. 손질한 활어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숙성해 내는 맛은 입안에서 긴余韻(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곳은 사람을 잊지 않는다. 회 한 점과 술 한 잔이 이어주는 대화, 그 안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오래된 인연이 다시금 단단해진다. 그래서 물고기자리는 단순한 횟집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다시 이어지는 자리로 기억된다.


별처럼 반짝이는 맛의 경험


강남의 화려한 레스토랑도, 고급 호텔의 뷔페도 아닌 영동시장 한복판에서 만나는 숙성회 한 상. 그 특별한 경험은 손님들에게 오래도록 남는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음식을 나누고 싶은 마음, 특별한 자리를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모여 ‘물고기자리 논현점’을 오늘도 빛나게 한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세계인플루언서협회 공식 출범…글로벌 산업 네트워크 강화 나서 지난 3일 세계인플루언서협회가 공식 출범을 알렸다. 협회는 급성장하는 인플루언서 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국제적 비즈니스 트렌드에 발맞춘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현재 인플루언서 산업은 개인 블로거 중심의 활동을 넘어 전문 에이전시, 콘텐츠 제작사, 행사·이벤트 기획사 등으로 확장하며 다.
  2. 빗썸, 정우성·전종서 브랜드 모델 발탁 배우 정우성과 전종서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빗썸은 11일 두 배우를 브랜드 모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정우성은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신뢰감을 쌓아온 대표 배우다. 전종서는 독창적인 개성과 세련된 이미지로 주목받으며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배우의 만...
  3. 차인표, 소설 ‘인어사냥’으로 황순원문학상 신진상 수상 황순원기념사업회는 지난 5일 수상 결과를 발표했다. 작가상은 주수자의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시인상은 김구슬의 ‘그림자의 섬’, 신진상은 차인표의 ‘인어사냥’, 황순원 양평문인상 대상은 강정례의 시집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가 각각 선정됐다.차인표는 전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소설을 읽..
  4. 버스 안내양, 그리고 사라진 목소리를 그리워하며 “이번 정거장은 개봉 사거리입니다~ 내리실 분 없으면 오라이~.”1980년대 서울 시내를 달리던 버스 안, 안내양의 목소리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유난히 따뜻하게 들렸다. 정류장을 알리고, 승객의 요금을 거두고, 때로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던 안내양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버스라는 작은 세계의 ‘친절한 주인공’이었다....
  5. 엄정숙 변호사 "전세금반환소송 지연이자 '5%→12%' 급변…약정이자 활용해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소송을 제기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가 '지연이자'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늦출 때 언제부터 얼마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실질적 손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2024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세금반환소송 본안소송 접수는 2023년 7,789건으로 전년(3,720건) 대비 약 109.4% 급증했.
  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해군 학사사관 후보생 입영식 참여 9월 15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해군 학사사관 후보생 입영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가 참석했다. 이씨는 이날 입영식에서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씨는 복수 국적을 보유한 상태로, 장교로 복무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바 있다.입영식에는 이지호씨의 어머니인 임세령 대상그..
  7. 셀트리온, 바이오 헬스 아카데미 프로그램 ‘셀온’ 1기 돌입, 이달 17일까지 지원자 모집… 바이오 산업 맞춤형 … 셀트리온은 바이오 산업 성장에 필요한 인재 수요에 대응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바이오 헬스 아카데미 ‘셀온(Cell-On)’ 1기를 모집한다고 15일 밝혔다.이번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가 총괄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바이오 헬스 아카데미 프로그램 운영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셀트리온은 ..
  8. 보톡스, 일상 속 시술이지만 ‘정품·정량’ 오해 여전 보톡스는 주름 개선뿐 아니라 턱선 정리, 승모근 이완 등 다양한 미용 목적에 활용되며 이미 일상적인 시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중화된 만큼 ‘정품’과 ‘정량’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보톡스는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정식 제품이다. 흔히 말하는 ‘가짜 보톡.
  9. “초코파이 1050원 절도 사건, 법정까지 간 이유는?”....재판부, 항소심에서도 논의 예정 지난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회사 냉장고에서 1050원어치의 간식을 꺼내 먹었다는 혐의로 기소된 협력업체 직원 김모 씨의 사건이 다뤄졌다. 김 씨는 초코파이(450원)와 커스터드(600원)를 꺼내 먹은 혐의로 절도죄로 기소되었으며, 이 사건은 법정까지 가게 된 배경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불러일으켰다.변호..
  10. 교촌치킨, 꼼수로 중량 줄이고 닭가슴살 섞어… 소비자 기만 논란 확산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이 순살 치킨의 조리 전 용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이고 닭다리살 대신 닭가슴살을 섞어 사용하면서 소비자 기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재료를 바꾸고 중량까지 줄인 사실이 알려지자 ‘꼼수 인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반면 경쟁사 노랑통닭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노랑...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