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AI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가 또 한 번 국제 경쟁력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 대표팀은 8강 경기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10:0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며 경기 내용에서도 뚜렷한 격차를 드러냈다. 타선은 상대 투수진을 공략하지 못했고 중심 타자들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WBC 역사상 현재까지 8강이상에서 콜드게임이 나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직후 일부 야구 관계자와 전현직 선수들 사이에서는 “도미니카는 메이저리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 반복됐다.
그러나 세계 야구 구조를 보면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야구 리그 구조
현재 세계에서 안정적인 프로야구 리그를 갖춘 국가는 사실상 세 나라뿐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MLB), 일본의 일본프로야구(NPB), 그리고 한국의 KBO 리그다.
중남미 국가들은 야구 인기가 높지만 대부분 윈터리그 중심 구조이며, 이탈리아 등 유럽 리그 역시 규모나 산업 구조 측면에서 한국이나 일본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이 구조를 고려하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와 충분히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왜 계속 강한가
한국 야구가 자주 비교되는 대상은 일본이다.
일본은 WBC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다.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23년 대회에서 우승하며 총 3차례 정상에 올랐고, 대부분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대표팀의 경쟁력이 메이저리거 숫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같은 선수들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일본 대표팀의 핵심 전력은 대부분 NPB 선수들이었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메이저리그보다 연봉 규모가 낮고 리그 수준도 MLB보다 한 단계 아래로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리그 구조와 선수 육성 시스템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차이
일본은 외국인 선수 보유 자체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 다만 1군 경기에서 동시에 출전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수를 보통 4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투수와 야수 구성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도록 운영한다.
즉 외국인 선수 영입 자체는 비교적 개방적이지만 실제 경기 출전에서는 자국 선수들이 중심이 되도록 구조가 설계돼 있다.
이 제도는 외국인 선수에게 리그 경쟁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기면서도 일본 선수들이 핵심 포지션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 장치로 평가된다.
한국 리그의 구조적 문제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KBO 리그는 팀당 외국인 선수 보유 인원을 제한하고 있으며 보통 투수와 타자 구성이 정해진 틀 안에서 운영된다.
겉으로 보면 제한이 엄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포지션에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선발 투수 포지션에서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국내 투수들의 성장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수들 몸값의 거품
KBO 리그는 관중 규모와 팬덤 측면에서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세계 주요 야구 리그 가운데 상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국제대회 성적과 무관하게 리그 흥행이 유지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도 리그 자체는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선수 연봉 구조 역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KBO는 리그 규모에 비해 선수 연봉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있다.
국제 경쟁력과 무관하게 몸값이 상승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선수들의 경쟁 환경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은 앞으로 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그 구조 개혁 필요성
일부 야구 전문가들은 한국 야구가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리그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운영 방식, 선수 연봉 구조,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 대표팀 운영 체계 등 야구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 제도는 단순한 숫자 제한이 아니라 자국 선수 육성과 리그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개혁 없이 현재 구조가 유지된다면 한국 야구의 실력은 앞으로 더 퇴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대회 경쟁력이 떨어질수록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 무대와 단절된 ‘내수 스포츠’로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팬들이 선택해야한다
국제대회 성적과 관계없이 리그 흥행이 계속 유지된다면 구조 개혁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최소한 4강 이상의 경쟁력을 회복할 때까지 팬들이 리그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문제의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 야구가 지금 필요한 것은 패배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리그 구조와 선수 육성 시스템을 냉정하게 다시 점검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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