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AI
한국거래소가 추진해온 주식 거래시간 연장 정책이 결국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시스템 안정성과 업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지만, 당초 계획 대비 약 두 달 넘게 미뤄지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한국거래소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개설 시점을 기존 6월 29일에서 9월 14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신 모의시장 운영 기간을 기존 15주에서 23주로 확대해, 지난 4월 6일부터 9월 13일까지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일정 조정은 증권업계의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거래시간 확대에 따른 시스템 개발과 유지 비용, 인력 운영 부담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노동계 역시 근무시간 증가와 업무 강도 확대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자율 참여’ 원칙을 도입했다. 각 증권사가 준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중 일부 시간대만 선택 운영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회사별 인프라 수준과 영업 전략을 고려한 유연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시장 안정 장치도 함께 보완된다. 연장 시간대에도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과 가격 규제는 정규장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격 급등락을 완화하기 위한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도 강화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장조성자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가 제공될 예정이다.
운영 방식 일부도 조정됐다. 프리마켓 종료 시간은 기존보다 10분 앞당긴 오전 7시 50분으로 변경된다. 이는 오전 8시에 개장하는 대체거래소(NXT)와의 충돌을 방지하고, 미체결 주문 정리와 증거금 처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노동계 반발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거래소는 지점 주문을 제한하고 일부 계좌 유형 중심으로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현장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추진”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거래소 측은 시스템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시스템 용량 증설을 완료해 거래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처리 능력을 확보했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 인프라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일정 연기로 거래시간 연장 정책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향후 시장 참여 확대와 투자 편의성 개선이라는 목표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와 노동계의 수용 여부가 실제 시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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