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구글
한 손으로 신문을 접어 던지면 정확히 이웃집 마당에 꽂힌다. 가파른 계단도 단숨에 오르는 발걸음은 90대를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신문 배달 날다람쥐’로 불린 오광봉(94) 씨의 하루다.
그는 약 40년 동안 신문을 배달했다. 매일 밤 11시 보급소로 출근해 새벽까지 350부의 신문을 돌렸다.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읽고 사람과 연결되는 일이었다.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가난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고, 가내공업 중 사고로 손가락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불행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행복하다”는 말에는 비교가 아닌 수용의 태도가 담겨 있다.'
23세에 시작한 신문 배달은 평생의 업이 됐다. 한 손이 불편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했고, 이웃에게 건네는 인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오늘 하루 행복한 의미를 찾으세요”라는 말은 그의 철학이자 실천이었다.
그의 삶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것은 돈을 쓰는 방식이다. 월급 60만 원 가운데 절반은 항상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나머지 절반은 책을 사는 데 썼다. 좁은 방에 쌓인 5천 권의 책은 그가 어떻게 스스로를 성장시켰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을 곁에 두고 매일 한 페이지씩 읽었다. 배움은 환경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점을 몸으로 증명한 셈이다.
최근 그는 40년의 일을 내려놓았다. 은퇴 이후의 삶은 조용해졌지만, 그의 말은 여전히 분명하다. “이만큼만 해도 행복하다.”
이 지점에서 그의 삶은 지금의 청년 세대를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일부 젊은 층에서는 ‘빠른 성과’와 ‘효율’이 삶의 기준이 되고 있다. 노력보다 결과를, 과정보다 보상을 먼저 요구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작은 불편에도 쉽게 포기하거나, 비교와 불만 속에서 스스로를 소모하는 모습도 반복된다.
물론 시대적 환경은 과거와 다르다. 취업, 주거, 경쟁의 압박은 분명 더 치열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광봉 씨의 삶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그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일했고, 벌었고, 나눴고, 배웠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의 삶은 ‘환경이 부족해서 못 한다’는 말이 얼마나 쉽게 소비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동시에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그의 94년은 거창한 성공이 아닌 태도의 기록이다. 성실함, 나눔, 배움. 이 세 가지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같은 말을 남긴다. “모두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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