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난청인도 인공와우 이식받으면 정상인 처럼 생활 가능
  • 홍승환 편집국장
  • 등록 2024-01-11 05:50:14

기사수정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 아동도 인공와우 이식을 받으면 성인이 됐을 때 교육과 직업 수준이 비난청인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강우석 교수팀은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소아 환자(현재 평균 나이 22세) 71명을 대상으로 학교 진학 및 취업 비율을 조사한 결과, 고등학교 진학률은 100%, 대학 진학률은 75%였으며 직업을 가진 비율도 62%로 나타나 정상 청력을 가진 일반인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인공와우 이식의 기대효과는 듣는 게 가능해짐으로써 언어를 배우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며 궁극적으로는 적절한 교육과 직업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성인이 됐을 때의 교육 및 직업 수준은 수술 후 20년 이상 지나야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된 보고가 거의 없다.

이번 연구는 인공와우 이식 후 장기간 소아 발달 상황과 교육, 직업 활동을 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 결과는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공식 학회지 ‘이비인후과-두경부수술 저널(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7세 이전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양측 청각장애 아동 71명을 대상으로 최근의 교육 및 직업 현황과 단어 인식 점수(WRS)를 분석했다. 수술 당시 연령은 평균 3.9세였으며, 현재 연령은 평균 22.4세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대상자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그와 동등한 교육 자격을 취득한 상태로 확인됐다. 대학 진학률은 74.6%로 일반인(70.4%, 2020년 한국 고등학교 졸업자 대학 진학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적절한 교육을 마치기 위해서는 청각재활을 통한 충분한 음성 인식 능력이 필수다. 이번 연구 결과로 비추어 봤을 때, 좋은 음성 인식 능력은 고등학교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3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1명 중 26명(62%)은 다양한 직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대학원생의 고용률 65.1%(2020년 12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와 유사한 수준이다. 한편 취업한 이들 대부분(26명 중 21명, 81%)은 직업 훈련 기관을 통하거나 장애인 특별 채용 정책을 통해 고용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단어 인식 점수(WRS)에서는 일반 고등학교 졸업자가 특수교육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대상자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대학에 진학한 대상자도 그렇지 않은 대상자보다 단어 인식 점수가 유의미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 후 언어 인지 능력이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홍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반된 인지 장애 및 내이 기형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이다 보니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은 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헌신적인 가족의 지원, 건강보험을 통한 인공와우 수술비 지원, 교육 및 구직 활동에서 정부와 사회의 배려가 종합적으로 반영돼 나온 결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난청인의 삶의 질을 비난청인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 구직 과정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환아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기관에서 교육기관과 기업체에 장애인 고용이 일정 부분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우석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은 수술 전 충분한 검사를 통해 귀 내부 구조를 자세히 확인하고 숙련된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거의 없다. 우수한 이식 결과를 위해서는 이른 시기에 난청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999년 인공와우 이식을 시작해 2023년 9월 단일 기관으로는 국내 처음 2천례를 달성했다. 4명의 의사, 인공와우 전담간호사, 청각사, 언어치료사가 팀을 이루어 수술 전 상담부터 수술 후 재활에 이르기까지 인공와우 이식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출처: 의사신문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세계인플루언서협회 공식 출범…글로벌 산업 네트워크 강화 나서 지난 3일 세계인플루언서협회가 공식 출범을 알렸다. 협회는 급성장하는 인플루언서 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국제적 비즈니스 트렌드에 발맞춘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현재 인플루언서 산업은 개인 블로거 중심의 활동을 넘어 전문 에이전시, 콘텐츠 제작사, 행사·이벤트 기획사 등으로 확장하며 다.
  2. 빗썸, 정우성·전종서 브랜드 모델 발탁 배우 정우성과 전종서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빗썸은 11일 두 배우를 브랜드 모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정우성은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신뢰감을 쌓아온 대표 배우다. 전종서는 독창적인 개성과 세련된 이미지로 주목받으며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배우의 만...
  3. 차인표, 소설 ‘인어사냥’으로 황순원문학상 신진상 수상 황순원기념사업회는 지난 5일 수상 결과를 발표했다. 작가상은 주수자의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 시인상은 김구슬의 ‘그림자의 섬’, 신진상은 차인표의 ‘인어사냥’, 황순원 양평문인상 대상은 강정례의 시집 ‘우리 집엔 귀신이 산다’가 각각 선정됐다.차인표는 전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소설을 읽..
  4. 버스 안내양, 그리고 사라진 목소리를 그리워하며 “이번 정거장은 개봉 사거리입니다~ 내리실 분 없으면 오라이~.”1980년대 서울 시내를 달리던 버스 안, 안내양의 목소리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유난히 따뜻하게 들렸다. 정류장을 알리고, 승객의 요금을 거두고, 때로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던 안내양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버스라는 작은 세계의 ‘친절한 주인공’이었다....
  5. 엄정숙 변호사 "전세금반환소송 지연이자 '5%→12%' 급변…약정이자 활용해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소송을 제기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가 '지연이자'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늦출 때 언제부터 얼마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실질적 손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2024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세금반환소송 본안소송 접수는 2023년 7,789건으로 전년(3,720건) 대비 약 109.4% 급증했.
  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해군 학사사관 후보생 입영식 참여 9월 15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해군 학사사관 후보생 입영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가 참석했다. 이씨는 이날 입영식에서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씨는 복수 국적을 보유한 상태로, 장교로 복무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바 있다.입영식에는 이지호씨의 어머니인 임세령 대상그..
  7. 셀트리온, 바이오 헬스 아카데미 프로그램 ‘셀온’ 1기 돌입, 이달 17일까지 지원자 모집… 바이오 산업 맞춤형 … 셀트리온은 바이오 산업 성장에 필요한 인재 수요에 대응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바이오 헬스 아카데미 ‘셀온(Cell-On)’ 1기를 모집한다고 15일 밝혔다.이번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가 총괄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바이오 헬스 아카데미 프로그램 운영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셀트리온은 ..
  8. “초코파이 1050원 절도 사건, 법정까지 간 이유는?”....재판부, 항소심에서도 논의 예정 지난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회사 냉장고에서 1050원어치의 간식을 꺼내 먹었다는 혐의로 기소된 협력업체 직원 김모 씨의 사건이 다뤄졌다. 김 씨는 초코파이(450원)와 커스터드(600원)를 꺼내 먹은 혐의로 절도죄로 기소되었으며, 이 사건은 법정까지 가게 된 배경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불러일으켰다.변호..
  9. 보톡스, 일상 속 시술이지만 ‘정품·정량’ 오해 여전 보톡스는 주름 개선뿐 아니라 턱선 정리, 승모근 이완 등 다양한 미용 목적에 활용되며 이미 일상적인 시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중화된 만큼 ‘정품’과 ‘정량’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보톡스는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정식 제품이다. 흔히 말하는 ‘가짜 보톡.
  10. 서울, ‘러닝 크루’에 대한 규제 강화…공공장소에서의 안전 문제 서울 곳곳에서 ‘러닝 크루’ 활동이 유행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시와 구청들이 이를 겨냥한 주의문을 설치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러닝 크루의 활동으로 인해 교통사고나 시민들의 불편이 발생하면서 각 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서초구, 5인 이상 단체 달.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