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혈전의 세균 포획 원리와 성능/사진=UNIST끈적한 인공 혈전에 세균을 흡착시켜 감염 혈액을 정화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항생제 내성균까지 제거 가능해 감염 질환 치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교수 연구팀이 인공 혈전을 활용한 **체외 혈액 세균 정화 장치(eCDTF)**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장치는 혈액 속 세균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항생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감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장치는 나선형 구조체 내부에 혈장 단백질로만 구성된 인공 혈전을 삽입한 형태다. 감염된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낸 뒤, 이 장치를 통해 순환시키면 혈액 속 세균이 인공 혈전에 흡착되어 제거된다. 이후 정화된 혈액은 다시 체내로 주입된다.
실험 결과, 이 장치는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을 비롯한 그람양성균 및 음성균은 물론 항생제 내성균, 분변 유래 세균까지 90% 이상 제거하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감염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는 단 3시간 정화 치료만으로도 혈중 세균과 염증 수치가 크게 감소했다. 생존률 또한 크게 향상돼, 치료를 두 번 받은 그룹에서는 100% 생존하는 성과를 보였다.
강 교수팀은 이 장치의 원리를 혈류 내 유체역학 현상에서 착안했다. 혈액 속 적혈구와 같은 유연한 세포는 중심부로 몰리고, 혈소판처럼 단단하고 작은 입자는 혈관 벽 쪽으로 치우치는 ‘변연화 현상’이 발생하는데, 세균 또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장치를 설계한 것이다.
강 교수는 “이번 기술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병원성 세균을 직접 제거할 수 있어, 패혈증 등 치명적 감염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기술에서 설명되지 않던 일부 세균 제거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도 가능해졌고,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UNIST 연구팀은 향후 임상 시험 및 장치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