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치아 시림 증상이 단순히 찬 음식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특히 치아와 잇몸이 맞닿는 경계 부위가 패이거나 민감한 통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민감성을 넘어 ‘치경부 마모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치경부 마모증은 치아 뿌리와 가까운 부위가 반복적인 물리적·화학적 자극으로 인해 점차 닳아 없어지는 질환이다. 외형적으로는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부위가 움푹 패이거나 색이 변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마모가 심해질수록 찬물, 단맛, 찬 공기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심할 경우 자극이 신경 부위까지 전달돼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커진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잘못된 칫솔질이다. 좌우로 강하게 문지르는 수평 칫솔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치아 표면을 마모시키며, 결국 치경부 손상을 유발한다. 여기에 산성 음료 섭취, 치아 미백제 남용, 수면 중 이갈이, 턱관절 문제 등도 마모를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치경부는 단단한 법랑질이 아닌 비교적 연한 상아질로 구성되어 있어 충격과 자극에 더욱 민감하다. 마모가 진행될수록 치아 균열이나 파절 위험이 커지며, 마모된 부위에 플라그가 쌓이면 충치나 잇몸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치경부 마모증의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칫솔질 습관 개선과 민감도 완화용 치약, 불소 도포 등의 보존적 치료가 시행된다. 마모가 중등도 이상일 경우에는 레진이나 글래스아이오노머와 같은 재료를 이용해 손상 부위를 수복하게 되며, 통증이 심하거나 신경 손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신경치료나 보철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예방 역시 치료만큼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고, 잇몸에서 치아 방향으로 쓸어내리는 ‘회전법’ 칫솔질을 권장한다. 산성 음료나 과일 섭취 후에는 바로 양치하지 말고, 물로 입을 헹군 뒤 일정 시간 후에 양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면 중 이갈이 습관이 있는 경우에는 맞춤형 나이트가드를 착용해 저작 압력을 완화시키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치과 전문가는 “치경부 마모증은 단순한 치아 마모를 넘어 일상 습관이 유발하는 구조적 손상”이라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함으로써 치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