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타격 후 모습/사진=구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27)가 ‘좌완 킬러’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MLB 데뷔 2년 차, KBO 시절보다도 더 강렬한 타격 본능이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뒤흔들고 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 이정후는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를 기록,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소폭 하락한 0.355(76타수 27안타)지만, 여전히 출루율(0.412), 장타율(0.632), OPS(1.044) 모두 리그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이정후의 진짜 가치는 좌투수 상대 성적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즌 좌투 상대 타율이 무려 0.480(25타수 12안타). 내셔널리그(NL) 전체 좌타자 중 가장 높은 기록이며, 전체 좌투 상대 타율로만 보면 시카고 컵스의 스즈키 세이야(0.500)에 이은 리그 2위다.
통상 좌타자는 좌완 투수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는다. 공이 등 뒤에서 나오는 듯한 궤적 탓에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고, 심리적인 부담도 크다. 실제로 KBO리그 시절 이정후는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했지만, 좌투 상대 타율은 0.327로 소폭 낮았다. MLB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도 좌투 상대 타율은 0.227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정반대다. 우투수 상대 타율이 0.294인데 비해 좌투수에겐 거의 2할 중반 차이의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날 경기 8회초, 상대 좌완 불펜 리드 데트머스의 94.7마일(약 152.4㎞) 직구를 통타해 좌전 안타로 연결하는 장면은 ‘좌완 킬러’라는 별명에 완벽히 부합했다.
이정후의 포효하는 모습/사진=구글
이날 경기 초반, 1회 1사 1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3회, 6회엔 각각 좌익수 뜬공에 그쳤으나, 마지막 타석에서 뚝심 있게 안타를 만들어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올리지 못했지만, 타석마다 집중력 있는 스윙은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중심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팀도 승리를 거뒀다. 2회 맷 채프먼의 투런 홈런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샌프란시스코는 마이크 트라웃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며 1점 차로 쫓겼지만, 끝내 리드를 지켜내며 3-2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전적 14승 7패를 기록, NL 서부지구 3위를 유지했다. 1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5승 6패), 2위 LA 다저스(15승 7패)와의 승차는 각각 1경기, 0.5경기로 좁혀졌다.
현지에서도 이정후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첫해 적응기를 거쳐 2년 차에 보여주는 기량은 "완성형 타자"라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특히 좌완 투수 상대 강세는 KBO 시절에 없던 새로운 무기이자, 이정후의 커리어를 확장시킬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계를 깬 타자, 이정후. 그의 방망이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더 이상 ‘적응’이 아닌, ‘압도’를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