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제약 CI/이미지=구글
주 1회 주사로만 가능했던 비만 치료에 ‘하루 한 번 먹는 알약’ 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4월 17일(현지시간), 자사의 경구형 GLP-1 계열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poglufrone)’이 임상 3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할 경우, 릴리는 세계 최초로 비만 적응증을 가진 경구 GLP-1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가 된다.
40주간 투여로 당화혈색소·체중 모두 감소
임상시험 ‘ACHIEVE-1’은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피험자들은 40주 동안 오포글리프론(3mg, 12mg, 36mg) 혹은 위약을 복용했으며, 주요 평가 지표는 당화혈색소(A1C) 수치 변화와 체중 감소율이었다.
시험 결과, 오포글리프론 복용군은 최초 평균 A1C 8%에서 1.3~1.6%p 감소 효과를 보였다. 체중도 최대 7.9% 감소했으며, 이는 위약군의 1.6% 감소 대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체중 감소가 정체기에 도달하지 않은 시점에서 종료된 만큼, 추가적인 체중 감소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부작용은 기존 GLP-1 계열 약제와 유사한 경증~중등도 위장 장애(설사, 구토, 소화불량 등)였으며, 간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하루 한 번 복용’의 편의성… 주사제 한계 뛰어넘나
오포글리프론은 음식과 관계없이 하루 중 아무 때나 복용 가능한 소분자 GLP-1 작용제로, 주사제 대비 복용 편의성이 월등하다. 위고비(Wegovy)나 마운자로(Mounjaro)처럼 주 1회 주사를 맞을 필요 없이, 알약 하나로 동일 계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제조 측면에서도 오포글리프론은 바이오의약품인 주사제와 달리 대량 생산이 수월하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다. 릴리는 이를 통해 향후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문제 없이 보급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릴리의 CEO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는 “오포글리프론은 비만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약제”라며, “승인 즉시 글로벌 시장에 본격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만 적응증 우선 신청...당뇨 치료제 전환도 준비
릴리는 올해 말, 먼저 비만 치료제로 FDA 승인 신청을 제출하고, 내년 중 제2형 당뇨병 적응증으로도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현재 FDA가 승인한 경구 GLP-1 계열 약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세마글루타이드)뿐이지만, 해당 약은 비만이 아닌 당뇨병 적응증만을 갖는다. 오포글리프론이 비만 적응증으로 승인되면, 릴리는 경구용 비만약 시장의 개척자로 올라서게 된다.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 판도 흔드나
전문가들은 오포글리프론의 등장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복약 순응도, 비용, 생산성 측면에서 경쟁 주사제 대비 큰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릴리는 주사형 마운자로로 이미 GLP-1 시장에 강한 입지를 다진 상태이며, 오포글리프론이라는 먹는 버전의 후속작을 통해 치료제 라인업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하루 한 번 알약'이라는 단순한 복용 방식이 비만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더 폭넓은 시장 확대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사제의 불편함을 넘고, 대중화를 향해 나아가는 경구형 비만약 – ‘오포글리프론’의 최종 승인은 향후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의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