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사진=유튜브 갈무리
“조선에는 가망이 없다. 꼬우면 미국으로 탈출하라.”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군의관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국 의료계와 사회 구조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던졌다.
강연은 지난 14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렸다. 이 원장은 “여기 오고 싶지 않았다. 후배들한테 미안할 뿐 해줄 말이 없었다”며 “그래도 병원까지 찾아온 교장의 부탁에, 나도 국방부 월급 받는 처지라 거절할 수 없어 나왔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놈들이 해먹는 나라다. 이건 수천 년간 이어진 DNA고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자신이 국군대전병원 지하창고를 독서실로 바꾼 일화를 소개하며 “정신과 군의관 한 명이 그곳에서 미국 의사시험(USMLE) 1차에 합격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면 미국으로 탈출하라”고 조언했다.
전공의 수련 시스템과 대학병원 운영 구조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중간 착취자다. 전공의를 쥐어짜 건물을 번쩍이게 만들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면서 수가 인상을 요구하니 국민들이 ‘개소리’ 취급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움막이든 텐트든 간판에 서울대, 세브란스라고만 붙이면 다들 찾아간다. 그런 게 조선의 현실”이라며, 이름값에 집착하는 의료 소비 문화를 꼬집었다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자를 조롱하는 분위기에 대해선 “감귤 정도로 놀리더라. 귀엽게 보이더라”고 비꼬기도 했다.
특히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언급하며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교수는 평생 외상외과에 헌신했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나도 인생 망했다. 너희는 그렇게 살지 말라”며, “서울대, 세브란스 노의(고령 의사)들과 공무원들에게 시달리며 사느니 바이탈과는 피하라. 결국 돌아오는 건 해고 통지서뿐”이라고 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1995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의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는 당시의 직언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되새겨진다.
그가 지적한 ‘행정과 정치의 무능, 구조적 병폐’는 의료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여전히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국종 교수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정말 심각한 것” “이건희 회장 말이 괜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