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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는 한때 음료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탄산음료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특히 당이 많이 포함된 탄산음료 소비 감소는 업계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탄산음료,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는 4분기에만 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첫 분기적자를 냈다. LG생활건강의 음료 부문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9% 줄어들었다. 코카콜라음료는 인수 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하락이 아닌, 소비자의 선호도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탄산음료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젊은층마저 저당·저칼로리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곧 탄산음료 시장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졌다.
제로 음료가 대세로
탄산음료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제로 음료'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국내 제로탄산음료 시장은 2018년 1,630억 원에서 2023년 1조 2,780억 원으로 5년 만에 8배 가까이 성장했다.
과거에는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사용한 음료가 '맛' 면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공감미료의 맛이 크게 개선되면서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탄산음료뿐 아니라 커피믹스, 과자, 아이스크림, 숙취해소제, 소주, 맥주 등 다양한 식품군으로 제로 슈거 제품이 확산되고 있다.
동서식품은 최근 처음으로 '제로커피믹스'를 출시하며 저당 트렌드에 합류했다. 그동안 제로 제품을 내놓지 않았던 동서식품의 변화는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믹스 스테비아와 디카페인 제로 제품의 성공 사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양유업은 해당 제품으로 2년 만에 누적 판매 1억 잔을 돌파하며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제로 음료의 양면성
제로 음료는 설탕 대신 아스파탐,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같은 인공감미료를 사용해 단맛을 낸다. 이는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는 장점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선택"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인공감미료의 과다 섭취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아스파탐이 신경세포를 자극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혈관 염증과 동맥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 성인 기준으로 매일 제로음료 세 캔을 마시는 것과 같은 양의 아스파탐을 섭취했을 때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이 연구는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감미료의 과다 섭취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제로 음료 역시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탄산음료 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소비자 취향의 변화를 넘어,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로 음료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지만, 그 자체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음료 시장은 단순히 "달콤함"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건강과 맛, 그리고 책임 있는 소비를 조화롭게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