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20년전 의사부족문제에 시달렸던 일본은 의대증원 어떻게 해결했나
  • 편집국
  • 등록 2024-05-21 01:18:18

기사수정

The world’s best hospitals in Japan 2024 by Newsweek(일본은 의대증원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역 내 필수과 의사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20년 전, 현재의 한국 의료상황을 겪었던 일본은 어떻게 의과대학 증원 문제를 풀어나갔을까. 대한의학회 이상규 기획조정이사(연세대 보건대학원장,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는 의학회 E=뉴스레터에 '의사수급분과회' 경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상규 기획조정이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일본은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등 특정 진료과와 특정 지역 의사 부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현재 한국의 의료현실과 유사한 실정. 한국의 수도권 쏠림에 따른 지역의료 소멸과는 차이가 있지만 일본 또한 특정 지역 내 필수의료를 감당해야 하는 의사 부족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당시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1970년 당시 일본 정부는 10년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1.5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정하고 '1현 1의대 구상'을 발표했다. 의과대학이 없는 현에는 의과대학을 신설했다.


그 결과 의대증원 13년 만에 인구 1000명당 1.5명에 도달하면서 의사 과잉이 예상됨에 따라 의대증원 감축 정책을 결정해 일정 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2005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사 수급에 관한 검토회'를 통해 2022년까지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진료과 수요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2006년 '신 의사 확보 종합대책', 2007년 '긴급 의사 확보 대책'을 발표, 지역정원제를 통해 점진적으로 증원했다.


이 과정에서 의대정원은 2019년 9420명이 됐고, 2028~2033년 공급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다시 점진적 감축을 진행해 현재에 이르렀다.


이상규 기획조정이사는 일본의 의대증원 정책을 통해 의대증원 정책으로 특정 진료과 의사부족 문제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점을 짚었다.


다만, 일본 정부가 후생노동성에 설치한 '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검토회' 산하에 '의사수급분과회'를 신설, 운영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했다. '의사수급 분과회'는 지난 2015년 12월 1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22년 1월 12일까지 6년 1개월간 40회의 회의를 진행한 조직으로 의사협회, 병원협회 임원부터 의사단체 임원, 병원장 등 의사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다시 말해, 미래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논의하는 데 의사가 직접 논의해 정책을 결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의사수급분과회의는 의사 수급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업데이트해 추계 방법을 정교화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의사의 일하는 방식을 개혁했다는 점이다. 일하는 방식으로 위계질서와 수직적 수조에서 환자중심의 수평적 협업으로 전환하고 의료를 질병의 치유와 회복을 담당했던 것에서 보건-요양-복지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예방-치료-임종에 이르기까지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거버넌스 구조도 전국적으로 하달식 자원배분 결정과 통제 시스템에서 지역과 주민이 실현해야 할 가치, 필요, 비용 대비 효과를 판단해 설계하는 식으로 손질했다.

의사 수급 또한 제한된 정보에 의한 의사수급 체계에서 중장기적 전망과 공급체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규 기획조정이사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문제는 단순히 의대증원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면서 "단순히 의사 숫자에 대한 논의가 아닌, 특정 지역·진료과 쏠림에 대책을 중심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은 현재 한국과 달리, 전문가 중심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정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봤다. 6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지속적으로 자료를 검토하고 정교한 논의를 진행한 것을 정책으로 추진해 수용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적정한 의사 수 논의를 위해선 반드시 의료체계에 대해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면서 "숫자에 매몰돼 있는 한국의 상황은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 의사수급분과회의는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기획조정이사는 "한 국가의 의료는 그 나라가 거쳐온 연사와 산물"이라며 "의료문화와 동떨어진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의료보험제도 도입 이후 40여년간 유지해온 의료체계와 의료문화를 송두리째 무너뜨리지 않을까 불안을 느낀다"라며 "전문가를 중심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교하게 설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처: 메디칼 타임즈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살며 살며’, 홍정애 작가의 따뜻한 출판기념회로 새로운 출발을 알리다 지난 11일, 충북 음성에서 열린 홍정애 작가의 ‘살며 살며’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 ‘살며 살며’를 기념하는 자리로, 많은 팬들과 독자들이 참석해 작가와의 소통을 이어갔다.행사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역말풀갤러리에서 열렸으며, 작가의 진심이 담긴 인사말과 함...
  2. 한류문화관광총연합회, 필리핀 세부 ‘시눌룩 축제’와 MOU 체결 한류문화관광총연합회(회장 장한식)가 2026년 필리핀 대표축제인 ‘세부 시눌룩(Sinulog) 축제’와 문화 교류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 전통공연단이 축제 공식 무대에 오르며, 한류문화의 세계적 확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시눌룩 축제는 매년 1월 셋째 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문화행사로, 아기 ...
  3. 일본, 30번째 노벨상에 환호…사카구치 “암도 고칠 수 있는 시대 반드시 온다” 일본이 다시 한 번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오사카대 명예교수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 76)이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자,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6일 일제히 환호했다.사카구치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총 30명, 이 가운데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6명째다.면역의 ‘브레이크’를 밝힌 연구사카구치 ..
  4. [스포츠 속으로] 한국야구의 황금세대는 왜 다시 오지 않는가 1990년대 초, 한국 야구는 천재 투수들의 시대였다. 조성민, 임선동, 박찬호, 정민철, 손경수, 염종석, 차명주.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세대였다. 140km 직구가 고속구로 불리던 시절, 이들은 이미 150km를 던졌다. 투구 밸런스, 제구, 구위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고교 대회는 관중으로 가득했고, 대학야구는 방송 중계의 주역이었다. 젊은...
  5. ‘황제 경호’가 아니라 ‘연예인 특권’…변우석 공항 논란이 보여준 한국 연예계의 민낯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경호 작전 현장’처럼 만든 배우 변우석의 경호원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그러나 단순히 경호원 개인의 일탈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연예계의 ‘과잉 경호 문화’, ‘공개 팬쇼식 이동 관행’, 그리고 ‘소속사의 책임 회피’라는 오래된 병폐를 그대로 드러냈다.인천지...
  6. 한국, 1인당 라면 소비 세계 2위…베트남이 1위 차지 한국이 지난해 1인당 79개의 라면을 소비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로 나타났다.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1인당 라면 소비 1위는 81개를 기록한 베트남이 차지했다.베트남과 한국에 이어 태국(57개), 네팔(54개), 인도네시아(52개), 일본(47개), 말레이시아(47개), 대만(40개), 필리핀(39개), 중국(홍콩 포함·31개) ...
  7. 먹방, 이제 그만 좀 합시다! 한때 ‘국민 힐링 콘텐츠’로 불리던 먹방이 이제는 대중의 피로와 냉소를 동시에 사고 있다. KT ENA가 인기 유튜버 쯔양을 앞세워 내놓은 예능 ‘어디로 튈지 몰라’가 대표적이다. 첫 방송 시청률은 0.7%였지만 2회 0.5%, 3회 0.3%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시청률이 사라진 셈이다.수천만 구독자를 거느린 먹방 유튜버가 등장해도 시청.
  8. [살며 살며] 2. 큰마차 오늘은 학교 끝나고 외가에 들려 막내이모 손잡고 오너라작은마차서 큰마차까지 가도 가도 오솔길소나무 가지들이 손 맞닿아 있는 이 길을 내 동생 영래랑 어떻게 다니지걱정이 되고 무서운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는데방은 좁고 안채 바깥채 추녀는 맞닿아 놀 수도 없을 것 같고책 보따리를 확 내던지고 엉엉 울었다 왜 이런 골짜기까지 왔..
  9.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의 산증인, 투다리 창업주 김진학 회장 별세 1987년 ‘제물포 작은 꼬치구이’에서 시작해 30년 외식 프랜차이즈 역사의 상징이었던 투다리의 창업주 김진학(향년 78세) 이원 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오후 8시 41분 인천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회사 측이 8일 밝혔다.전남 진도 출신인 고인은 목포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포항제철 근무를 거쳐, 35세 때 7급 공무원 시험에 합...
  10. 김정훈, 6년 만의 국내 복귀 상류층 빌라를 무대로 얽히고설킨 부부들의 비밀과 불륜, 감시, 복수를 다루는 드라마 ‘부부 스캔들: 판도라의 비밀’(가칭)에 가수 겸 배우 김정훈이 합류한다. 김정훈은 심리상담사이자 관찰자인 ‘우진’ 역을 맡으며, 2019년 사생활 논란 이후 중단했던 국내 활동을 재개한다.UN 출신 아이돌에서 배우로김정훈은 2000년 듀오 &l...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