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7년의 싸움 끝에 되찾은 이름…고(故) 이우영 작가, 사후에야 인정된 창작자의 권리
  • 편집국
  • 등록 2026-01-13 00:08:35

기사수정

고 이우영 작가/사진=부천시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 고(故) 이우영.


그가 생전에 끝내 마주하지 못했던 판결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내려졌다. 그리고 그 판결은 창작자의 편에 섰다.


대법원은 출판사 측이 주장해 온 계약상의 독점권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작자의 권리를 인정했다. 7년간 이어진 법정 다툼의 끝에서, 이우영 작가의 유족은 마침내 승소했다.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일 형설출판사의 계열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장 모 대표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는 원심 판결에 중대한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이 결정으로 “형설앤 측이 유족에게 4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2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분쟁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돼 온 창작자 권리 보호의 공백과 불공정 계약 구조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라며 “대법원의 결정은 기존 판결의 법적 정당성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 만화의 그늘, 계약이라는 이름의 족쇄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그리고 그 가족의 일상을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소년챔프’에 연재되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았고, 한국 대중문화의 한 장면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작품의 인기 뒤에는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우영 작가는 2007년 형설앤 측과 ‘작품과 관련한 일체의 사업권과 계약권을 출판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그리며 창작을 이어갔지만, 출판사는 2019년 “계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이 작가는 2020년 저작권 침해 금지를 요구하는 반소로 맞섰다.


뒤집힌 판결, 그리고 너무 늦은 정의


1심은 출판사의 손을 들어주며 유족이 74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형설앤과 이 작가 간의 기존 사업권 계약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형설앤은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한 창작물의 생산·판매·반포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며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판결이 확정되기까지의 시간은 너무 길었다. 양측의 극심한 대립과 재판 지연 속에서, 이우영 작가는 2023년 3월 세상을 떠났다. 그는 끝내 법정에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한 작가의 사후 명예 회복을 넘어, 한국 창작 생태계에 던지는 질문이다.

계약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창작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호받고 있는가.


늦었지만, 법원은 답했다.


‘검정고무신’은 계약의 소유물이 아니라, 창작자의 작품이었다고.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 실현 가능성은…미국 편입 시나리오와 북극의 향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이 새해 들어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군사·외교·경제 수단을 아우르는 복합 전략으로 진화하면서, 서방 진영 전반에 적잖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부르며, 트럼프식 신(新)먼로주의가 .
  2.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3일 놓치면 평생 통증 남긴다 몸 한쪽에서 시작되는 찌릿한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뒤늦게 대상포진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항바이러스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발병 후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수개월에서 수년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매년 늘어나는 대상포진 환자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앓..
  3. 설빙, 세븐틴 유닛 도겸X승관 콜라보 메뉴 사전예약 오픈...미니 1집 미공개 포토 엽서 6종 증정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이 글로벌 아티스트 세븐틴의 유닛 도겸X승관과의 콜라보 메뉴 출시를 앞두고, 설빙 공식 앱을 통해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전예약은 설빙 공식 앱에서 참여 가능하며, 예약 고객에게는 도겸X승관의 미니 1집 ‘소야곡’의 미공개 포토를 담은 엽서 3종 세트가 증정된다. 사전예약 메...
  4. 팀홀튼, ‘메이플’로 캐나다의 겨울 감성을 들여오다 어느 나라나 겨울철 간식의 공통된 키워드는 ‘달달함’이다. 한국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팥 가득한 붕어빵과 호빵이 겨울의 정취를 전한다면, 캐나다에서는 메이플 시럽과 함께 즐기는 메뉴들이 추운 계절에 즐기기 좋은 달콤한 맛으로 인기다.캐나디안 커피 하우스 팀홀튼(Tim Hortons)은 메이플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단맛을 담...
  5. 삼성전자 파운드리 ‘청신호’… AI 반도체 수주 확대로 실적 모멘텀 강화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번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대형 기술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둘러싼 일련의 긍정적 신호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삼성전자는 전날 발표한 2025년 잠정 실적에서 매출 약 94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수준의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메모리 ..
  6. ‘양념치킨의 탄생’… 치킨 역사를 바꾼 윤종계씨 별세 한국 치킨 문화의 한 축을 만든 ‘양념치킨의 창시자’ 윤종계씨가 지난달 30일 경북 청도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74세다.1952년 4월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인쇄소를 운영하다 실패를 겪은 뒤, 1970년대 말 대구 효목동에서 작은 통닭집 ‘계성통닭’을 열며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훗날 ...
  7. 이디야커피, 나라사랑카드 연계 통해 이디야멤버십 혜택 강화! 이디야커피가 하나은행과 손잡고 군 장병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제휴 마케팅을 전개한다. 이디야커피는 202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나은행 ‘나라사랑카드’와 연계한 마케팅 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나라사랑카드 3기 운영사인 하나은행과 함께 20대 남성, 특히 군 장병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
  8. 16. 질레 살래? 스물두 살 여자애가 스물세 살의 남자애와 쉰두 살의 예비 시아버지에게 머리 조아려 무릎 꿇고 첫인사를 드렸다. 절을 받은 예비 시아버지는 거푸 물었다.너네 질레살래? 질레 살 수 있겠어?둘 다 예라고 대답했고, 다음 해 추운 봄날 혼인을 했다.그리고 삼십구 년, 시아버지는 구순이 되어 애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는 질레살기가, 끝까..
  9. 더벤티, 스포츠라이프 플랫폼 ‘잼플’과 협업 프로모션 진행! 저당 음료 마시고 운동 혜택 받자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가 새해를 맞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스포츠라이프 플랫폼 '잼플'과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이번 프로모션은 지속되는 웰니스 트렌드를 반영해 더벤티의 저당 음료를 알리고, 잼플의 운동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이벤트..
  10. KOSDAQ, 연금·ISA까지 확장…정부, 자본시장 체질 개선 가속 정부가 KOSDAQ 시장을 중심으로 연금, 공적 기금, 세제 제도를 연계하는 종합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연금 기금 성과 평가부터 개인 투자자의 세제 혜택, 벤처 투자 구조 개편까지 정책 전반에 KOSDAQ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연금 기금 성과 지표에 KOSDAQ 반영우선 KOSDAQ 지수가 연금 기금 성과 평가 지표에 새롭게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