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이영철사장이 유튜브에 출연했던 모습/이미지=유튜브 갈무리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 앞에서 20년 넘게 학생들의 허기를 채워온 ‘영철버거’의 주인 이영철 씨가 13일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58세.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별세를 넘어, 한국 외식업과 자영업의 ‘가격’과 ‘윤리’를 다시 묻게 한다.
이씨는 화려한 경영학 이론이나 대기업식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10살부터 노동 현장을 전전했고, 2000년 무렵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가진 돈 2만2000원을 들고 고려대 앞에 손수레를 세웠다. 그가 팔기 시작한 1000원짜리 ‘스트리트 버거’는 값싼 음식이 아니라, 가난과 불안을 견디는 학생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한 끼였다.
영철버거는 곧 고려대의 상징이 됐다. 하루 2000개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노점은 매장이 됐으며 한때는 40개 가맹점을 거느린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씨가 끝내 내려놓지 않은 것은 ‘확장’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물가가 오르고, 식자재 값이 폭등하고, 버거 하나를 팔 때마다 200원의 적자가 나도 그는 끝내 1000원을 올리지 않았다.
“학생들 밥값은 올리면 안 된다”는 그의 고집은 경영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었다.
이 대목에서 오늘날의 버거 시장은 불편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랜차이즈 버거와 수제버거 업계는 앞다퉈 가격을 올렸다. 재료 고급화, 인건비 상승,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이제 웬만한 버거 한 개 가격은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세트 메뉴는 1만5000원, 2만 원도 낯설지 않다. ‘수제’라는 이름 아래 소비자에게 전가된 비용은 과연 어디까지가 정당한가.
더 큰 문제는, 가격 인상과 함께 ‘사회적 책임’은 실종됐다는 점이다.
학생 할인은 사라지고, 지역사회 환원은 홍보용 이벤트로 축소됐다. 브랜드는 커졌지만, 손을 내미는 대상은 줄어들었다. 버거는 점점 ‘힙’해졌지만, 청년들의 삶과는 멀어졌다.
이영철 사장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는 매년 2000만 원씩 고려대에 기부해 ‘영철 장학금’을 만들었고, 고연전 때마다 수천 개의 버거를 무료로 나눴다. 동아리, 길거리 농구대회, 학생 행사에는 늘 그의 후원이 있었다. 그에게 버거는 이윤 극대화의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매개였다.
경영난에 몰려 문을 닫았을 때, 그를 다시 살린 것은 투자자가 아니라 학생들이었다. 2579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크라우드펀딩으로 68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싸서’가 아니라 ‘고마워서’였다. 이런 관계를 만들어낸 외식업 브랜드가 과연 지금 또 있는가.
이영철 사장의 죽음은 묻는다.
외식업은 어디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는가.
기업은 소비자를 단순한 지갑으로만 대해도 되는가.
그리고 장사는, 반드시 누군가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어야만 유지되는 것인가.
빈소가 차려진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밤까지 학생과 졸업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들은 한 사업가를 추모한 것이 아니라, 1000원을 지키려다 결국 자신을 갈아 넣은 한 어른의 태도를 애도하고 있었다.
이영철 사장은 떠났지만, 그의 질문은 남았다.
지금 이 거리에서 팔리고 있는 1만5000원짜리 버거들은, 과연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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