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고 느릅재를 넘으면 외갓집이 있다. 외할머니집 밥솥에는 늘 흰
쌀밥과 화롯불 삼발이 위에는 부추를 넣어 끓인 된장국이 있었다. 어린 외
손자들 집에 가다 배고프면 먹고 가라고 학교 갈 때는 엄마가 외할머니
갖다 드리라고, 끝나고 집에 올 때는 할머니가 엄마 주라고, 그날은 할머니
가 스무 마리쯤 되는 병아리를 비료 포대에 넣어줬다. 회꼬빼기 재를 다 넘
어가는데 병아리들이 비료 포대에 담겨 삐약삐약 울고 난리가 났다. 목이
말라 그런가보다 싶었다. 꺼내 놨다간 다 놓칠까 봐 고무신 벗어 옹달샘 물
을 비료 포대 안에 부어 줬다. 병아리가 물을 먹고 신났다. 조용하다.
아 잠들었구나! 엄마 병아리 가져 왔어. 엄마가 들여다보더니 야이야 병아
리는 날개 젖으면 죽어 우투하나 다 죽었다. 에이고 그날 배민은 사고 배달
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