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주한미군, 워싱턴은 철수를 말하지만, 그들은 남고 싶다.
  • 편집국
  • 등록 2025-10-11 23:15:29
  • 수정 2025-10-12 23:35:01

기사수정

주한미군/사진=구글

최근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다시 고개를 든 ‘주한미군 철수론’은 언제나 그렇듯 정치적 파장을 동반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 땅에서 근무하는 미군 장병들에게 ‘철수’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단어다. 그들의 일상은 이미 ‘남고 싶은 근무지’, ‘정착형 기지’라는 표현에 가깝다.


평택, 미군이 말하는 ‘드림 포스팅’


현재 주한미군의 중심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장병들 사이에서 ‘드림 포스팅(Dream Posting)’이라 불린다. 서울 접근성이 좋고, 치안이 안정적이며, 병원·학교·상업시설이 본토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장병의 상당수는 가족을 동반한다. 자녀들은 미군 전용학교(DoDEA)뿐 아니라 국제학교, 한국 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다. 미국 내 일부 기지보다 교육의 질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한류와 글로벌 식문화, 24시간 운영되는 편의 인프라는 이들을 더 이상 ‘타지 주둔자’가 아닌 ‘거주자’로 만든다.


평택 캠프 험프리 미군 숙소/사진=구글

16조 원으로 건설된 세계 최대 기지


캠프 험프리스는 총 16조 원이 투입된,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해외 기지다. 부지 면적은 1천460만㎡.
주거단지와 정비시설, 탄약고, 병원, 국제학교, 쇼핑몰, 심지어 미군 전용 철도선로까지 갖춰졌다.
오산·용산·의정부로 흩어져 있던 병참 체계와 교육기관이 한곳으로 통합되며 작전 효율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병력 출동 대비 시간은 과거보다 30% 이상 단축됐고, 유지비용은 줄었다.


가족 중심으로 바뀐 주둔 패러다임

한미 양국은 과거 단독 숙영 중심의 ‘순환 배치 체계’에서 벗어나 가족 중심의 장기 주둔 체계로 전환했다.
캠프 험프리스 내에는 미군 가족 약 9천 명이 거주하며, 병원·학교·커뮤니티 시설이 복합적으로 운영된다.
한국 정부의 주둔비 부담이 컸지만, 그만큼 인프라 수준은 미 본토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이후 주한미군의 근무 만족도는 2010년대 대비 1.8배 상승했고, ‘귀국 대신 한국 잔류’를 선택한 장병도 늘고 있다.


“정착”이 된 철수론의 역설


2024년 미 육군 병사 만족도 조사에서 주한미군은 일본 요코타기지, 독일 람슈타인기지를 제치고 상위권을 기록했다.
한국은 높은 안전도, 의료 접근성, 문화 다양성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이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워싱턴에서 다시 들려오는 ‘철수론’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준다.
현장은 이미 ‘정착’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폴란드 미군/사진=구글

주 폴란드 미군의 영구 주둔


폴란드에는 ‘USAG Poland(미 육군 게리슨 폴란드)’ 가 존재한다. 이는 2023년 3월 21일에 공식 창설된 조직으로, 미국 육군이 폴란드 영토 내 주둔 기지를 직접 관리하는 최초의 ‘게리슨 단위’다.


USAG Poland는 주한미군의 USAG Humphreys(평택 기지) 와 같은 위상을 지니며, 단일 캠프가 아니라 여러 개의 캠프(포즈난, 드라브스코, 주간, 토룬, 루비크 등)에 흩어져 있는 미군 시설들을 통합 관리하는 행정 사령부다.

이 게리슨의 본부는 포즈난(Poznań) 의 캠프 코시우슈코(Camp Kościuszko) 에 위치하며, 이곳은 미 제5군단(V Corps) 전방사령부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USAG Poland는 미 유럽사령부(USEUCOM)와 미 육군유럽·아프리카사령부(USAREUR-AF)에 직속되어, 나토 동부전선의 전략 거점으로 기능한다.


현재는 약 1만 명 규모의 미군 병력과 민간 직원, 계약업체 인력을 관리하며, 폴란드 내 병참·정비·훈련·인프라·가족지원 프로그램 등을 총괄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이 게리슨 창설을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하며, 미국과 함께 장기 주둔 인프라 구축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Fort Trump(트럼프 요새)’ 개념이 현실화된 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 구상을 이어받아, 폴란드를 미군의 영구 상시 주둔(permanent presence) 국가로 지정했다.


떠나야 할 이유보다 남을 이유가 많다


정치권의 ‘철수론’은 여전히 반복되는 상징적 논쟁이다. 그러나 평택의 현실은 단순한 군사적 거점이 아니라, 거대한 복합 커뮤니티이자 ‘정착형 주둔 모델’이다.


폴란드처럼 안보 긴장이 지속되는 지역과 달리, 한국은 안정과 생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른바 꿀빠는 근무지로 변모했다.


미군 내부에서 “귀국보다 한국 근무가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한미군, 워싱턴은 철수를 말하지만, 그들은 남고 싶어한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살며 살며’, 홍정애 작가의 따뜻한 출판기념회로 새로운 출발을 알리다 지난 11일, 충북 음성에서 열린 홍정애 작가의 ‘살며 살며’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 ‘살며 살며’를 기념하는 자리로, 많은 팬들과 독자들이 참석해 작가와의 소통을 이어갔다.행사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역말풀갤러리에서 열렸으며, 작가의 진심이 담긴 인사말과 함...
  2. 일본, 30번째 노벨상에 환호…사카구치 “암도 고칠 수 있는 시대 반드시 온다” 일본이 다시 한 번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오사카대 명예교수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 76)이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자,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6일 일제히 환호했다.사카구치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총 30명, 이 가운데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6명째다.면역의 ‘브레이크’를 밝힌 연구사카구치 ..
  3. 한류문화관광총연합회, 필리핀 세부 ‘시눌룩 축제’와 MOU 체결 한류문화관광총연합회(회장 장한식)가 2026년 필리핀 대표축제인 ‘세부 시눌룩(Sinulog) 축제’와 문화 교류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 전통공연단이 축제 공식 무대에 오르며, 한류문화의 세계적 확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시눌룩 축제는 매년 1월 셋째 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문화행사로, 아기 ...
  4. [스포츠 속으로] 한국야구의 황금세대는 왜 다시 오지 않는가 1990년대 초, 한국 야구는 천재 투수들의 시대였다. 조성민, 임선동, 박찬호, 정민철, 손경수, 염종석, 차명주.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세대였다. 140km 직구가 고속구로 불리던 시절, 이들은 이미 150km를 던졌다. 투구 밸런스, 제구, 구위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고교 대회는 관중으로 가득했고, 대학야구는 방송 중계의 주역이었다. 젊은...
  5. ‘황제 경호’가 아니라 ‘연예인 특권’…변우석 공항 논란이 보여준 한국 연예계의 민낯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경호 작전 현장’처럼 만든 배우 변우석의 경호원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그러나 단순히 경호원 개인의 일탈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연예계의 ‘과잉 경호 문화’, ‘공개 팬쇼식 이동 관행’, 그리고 ‘소속사의 책임 회피’라는 오래된 병폐를 그대로 드러냈다.인천지...
  6. 한국, 1인당 라면 소비 세계 2위…베트남이 1위 차지 한국이 지난해 1인당 79개의 라면을 소비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로 나타났다.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1인당 라면 소비 1위는 81개를 기록한 베트남이 차지했다.베트남과 한국에 이어 태국(57개), 네팔(54개), 인도네시아(52개), 일본(47개), 말레이시아(47개), 대만(40개), 필리핀(39개), 중국(홍콩 포함·31개) ...
  7. 먹방, 이제 그만 좀 합시다! 한때 ‘국민 힐링 콘텐츠’로 불리던 먹방이 이제는 대중의 피로와 냉소를 동시에 사고 있다. KT ENA가 인기 유튜버 쯔양을 앞세워 내놓은 예능 ‘어디로 튈지 몰라’가 대표적이다. 첫 방송 시청률은 0.7%였지만 2회 0.5%, 3회 0.3%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시청률이 사라진 셈이다.수천만 구독자를 거느린 먹방 유튜버가 등장해도 시청.
  8. [살며 살며] 2. 큰마차 오늘은 학교 끝나고 외가에 들려 막내이모 손잡고 오너라작은마차서 큰마차까지 가도 가도 오솔길소나무 가지들이 손 맞닿아 있는 이 길을 내 동생 영래랑 어떻게 다니지걱정이 되고 무서운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는데방은 좁고 안채 바깥채 추녀는 맞닿아 놀 수도 없을 것 같고책 보따리를 확 내던지고 엉엉 울었다 왜 이런 골짜기까지 왔..
  9. 샌디에이고, 한심한 판정 하나에 무너진 와일드카드 탈락 … MLB는 왜 아직도 ‘눈대중 스트라이크’인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오심 하나에 무너졌다.기술이 아닌 ‘감’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정하는 메이저리그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번에도 팀의 운명을 갈랐다.3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3차전에서 샌디에이고는 시카고 컵스에 1-3으로 패했다.이로써 컵스는 디비전...
  10.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의 산증인, 투다리 창업주 김진학 회장 별세 1987년 ‘제물포 작은 꼬치구이’에서 시작해 30년 외식 프랜차이즈 역사의 상징이었던 투다리의 창업주 김진학(향년 78세) 이원 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오후 8시 41분 인천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회사 측이 8일 밝혔다.전남 진도 출신인 고인은 목포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포항제철 근무를 거쳐, 35세 때 7급 공무원 시험에 합...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