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건행 이슈] ‘실업급여로 버틴다’는 MZ… 일할 이유를 잃어버린 나라
  • 편집국
  • 등록 2025-07-13 20:06:19

기사수정

이미지=고용노동부

“아들이 알바만 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또 백수가 됐습니다.”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한 60대 어머니의 민원이다. 뒤늦게 회사에 다니던 아들은 ‘고용보험 몇 달만 내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다시 일을 그만뒀고, 주변에선 ‘일하는 게 손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제는 일하기가 무섭다”는 50대 언니의 말엔 체념마저 서려 있다.


실업급여, 원래는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이들을 ‘잠시’ 돕기 위한 제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버티면 주는 돈’이 돼버렸다.


실업급여, 이제는 ‘선택적 백수’의 수단?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은 하루 8시간 기준 1만320원. 이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도 6만6048원으로 오른다. 상한액(6만6000원)을 아예 넘어선 수치다. 역대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시작되며 실업급여도 동반 상승했다.


결과는? 내년부터 실업급여 최소 월 수령액은 약 198만원. 반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실제 손에 쥐는 월 실수령액은 약 186만원. 일하는 게 더 손해다.


이 구조가 무너지자 일터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이 제도를 기민하게 활용한다. “회사생활 오래 못 하겠어요”라며 이직→실업급여→단기 알바→다시 수급이라는 ‘루프(loop)’를 만드는 셈이다.


X세대는 일했고, MZ는 남긴다?


같은 30대라도 X세대가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은 달랐다. 당시엔 ‘정규직’만이 목표였고, 그 길이 좁고 험했다. 반면 지금의 MZ는 비교적 쉽게 고용보험에 진입하고, 단기근속 후 손쉽게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


X세대는 ‘남에게 손 벌리는 건 부끄럽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MZ세대는 ‘제도를 쓰는 게 능력’이라는 식이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고, 청년을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문제는 제도가 스스로 일하려는 동기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다를까


싱가포르에는 최저임금도 실업급여도 없다. 대신 정부는 구직자의 재취업을 돕는 실질적 훈련과 매칭 시스템에 투자한다. 젊은층은 빠르게 기술을 익히고, ‘수당’이 아닌 ‘스킬’로 경쟁한다.


그 결과, 싱가포르 청년들은 “나라가 나를 먹여 살린다”는 인식 대신 “내가 나를 키운다”는 태도를 갖는다. 반면 한국은 제도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땀 흘리는 노동보다 기민한 제도 활용이 더 현명하다는 이상한 가치가 퍼진다.


일본은 최저임금조차 지역마다 다르다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도쿄와 오사카는 1000엔 이상이지만, 지방은 850~900엔 수준. 즉, 지역 경제력과 물가에 맞춰 ‘합리적 임금’이 적용된다. 실업급여 역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한국처럼 전국 단일 최저임금제를 유지하면서 실업급여 하한선을 고정 비율로 연동하면, 지속 가능성은 떨어지고 도덕적 해이는 높아진다. 정부는 이 구조를 알고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초단시간 근로자, 고령층 등 수혜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


보호가 아닌 회복을 도와야 한다


정부는 “반복 수급자를 피해자로 보겠다”고 말한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제도의 방치다. 지금 필요한 건 근로 의욕을 되살리는 구조 설계, 일과 복지의 균형 재정립, 그리고 부정 수급에 대한 단호한 기준이다.


일하려는 사람이 손해 보고, 일 안 해도 충분히 사는 세상. 지금 우리는 바로 그 경계선에 있다. 누군가는 ‘현명하게’ 백수가 되고, 누군가는 정직하게 일하다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 실현 가능성은…미국 편입 시나리오와 북극의 향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이 새해 들어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군사·외교·경제 수단을 아우르는 복합 전략으로 진화하면서, 서방 진영 전반에 적잖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으로 부르며, 트럼프식 신(新)먼로주의가 .
  2.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3일 놓치면 평생 통증 남긴다 몸 한쪽에서 시작되는 찌릿한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뒤늦게 대상포진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항바이러스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발병 후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수개월에서 수년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매년 늘어나는 대상포진 환자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앓..
  3. 팀홀튼, ‘메이플’로 캐나다의 겨울 감성을 들여오다 어느 나라나 겨울철 간식의 공통된 키워드는 ‘달달함’이다. 한국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단팥 가득한 붕어빵과 호빵이 겨울의 정취를 전한다면, 캐나다에서는 메이플 시럽과 함께 즐기는 메뉴들이 추운 계절에 즐기기 좋은 달콤한 맛으로 인기다.캐나디안 커피 하우스 팀홀튼(Tim Hortons)은 메이플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단맛을 담...
  4. 설빙, 세븐틴 유닛 도겸X승관 콜라보 메뉴 사전예약 오픈...미니 1집 미공개 포토 엽서 6종 증정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이 글로벌 아티스트 세븐틴의 유닛 도겸X승관과의 콜라보 메뉴 출시를 앞두고, 설빙 공식 앱을 통해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전예약은 설빙 공식 앱에서 참여 가능하며, 예약 고객에게는 도겸X승관의 미니 1집 ‘소야곡’의 미공개 포토를 담은 엽서 3종 세트가 증정된다. 사전예약 메...
  5. 삼성전자 파운드리 ‘청신호’… AI 반도체 수주 확대로 실적 모멘텀 강화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번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대형 기술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둘러싼 일련의 긍정적 신호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삼성전자는 전날 발표한 2025년 잠정 실적에서 매출 약 94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수준의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메모리 ..
  6. ‘양념치킨의 탄생’… 치킨 역사를 바꾼 윤종계씨 별세 한국 치킨 문화의 한 축을 만든 ‘양념치킨의 창시자’ 윤종계씨가 지난달 30일 경북 청도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74세다.1952년 4월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인쇄소를 운영하다 실패를 겪은 뒤, 1970년대 말 대구 효목동에서 작은 통닭집 ‘계성통닭’을 열며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훗날 ...
  7. 이디야커피, 나라사랑카드 연계 통해 이디야멤버십 혜택 강화! 이디야커피가 하나은행과 손잡고 군 장병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제휴 마케팅을 전개한다. 이디야커피는 202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나은행 ‘나라사랑카드’와 연계한 마케팅 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나라사랑카드 3기 운영사인 하나은행과 함께 20대 남성, 특히 군 장병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
  8. 16. 질레 살래? 스물두 살 여자애가 스물세 살의 남자애와 쉰두 살의 예비 시아버지에게 머리 조아려 무릎 꿇고 첫인사를 드렸다. 절을 받은 예비 시아버지는 거푸 물었다.너네 질레살래? 질레 살 수 있겠어?둘 다 예라고 대답했고, 다음 해 추운 봄날 혼인을 했다.그리고 삼십구 년, 시아버지는 구순이 되어 애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는 질레살기가, 끝까..
  9. 더벤티, 스포츠라이프 플랫폼 ‘잼플’과 협업 프로모션 진행! 저당 음료 마시고 운동 혜택 받자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가 새해를 맞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스포츠라이프 플랫폼 '잼플'과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이번 프로모션은 지속되는 웰니스 트렌드를 반영해 더벤티의 저당 음료를 알리고, 잼플의 운동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이벤트..
  10. KOSDAQ, 연금·ISA까지 확장…정부, 자본시장 체질 개선 가속 정부가 KOSDAQ 시장을 중심으로 연금, 공적 기금, 세제 제도를 연계하는 종합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연금 기금 성과 평가부터 개인 투자자의 세제 혜택, 벤처 투자 구조 개편까지 정책 전반에 KOSDAQ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연금 기금 성과 지표에 KOSDAQ 반영우선 KOSDAQ 지수가 연금 기금 성과 평가 지표에 새롭게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