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경찰청
최근 법원이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과 대학병원이 공동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응급의료 환경을 위축시키고, 의료진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과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의료진 공동 배상 책임 인정
광주고등법원은 6일, 데이트 폭행으로 입원한 환자가 과다 출혈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폭행 가해자인 B씨뿐만 아니라, 시술을 담당한 의사와 해당 대학병원도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가해자와 의료진, 병원은 피해자의 유족 3명에게 총 4억 4,4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사건은 2017년 10월 6일 새벽, 피해자 A씨가 연인 관계였던 B씨에게 폭행당한 후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긴급 수술이 필요했고, 치료 과정에서 속목정맥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고, 혈량 감소성 쇼크로 결국 사망했다. 부검 결과, 시술 과정에서 동맥에 1~2mm 정도의 관통상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잠정 파악됐다. 법원은 이를 의료과실로 판단하며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했다.
의료계, "응급의료 환경 위축 우려" 강력 반발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성남시의사회는 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판결이 응급환자 치료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의료진은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를 폭행 가해자의 범죄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진이 제한된 정보와 시간 속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응급 상황에서, 결과만을 이유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의료진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남시의사회는 "현재 의료진은 형사적, 민사적 책임 부담 속에서 진료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응급 및 필수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보상 및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진 보호 위한 특례법 제정 촉구
의료계는 응급의료 환경이 위축되지 않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남시의사회는 "최선을 다한 의료진이 결과만으로 처벌받는다면, 앞으로 누가 고위험 환자를 치료하려 하겠는가"라며 "응급의료 환경에서는 신속한 판단과 처치가 필요한 만큼,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특례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응급의료 환경과 의료진의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가 의료진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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