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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남용에 곪아가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두 배 인상 위기
  • 홍승환 편집국장
  • 등록 2024-11-05 21: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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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사진/사진=구글

국민의 약 4000만 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보험을 둘러싼 의료기관과 일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쌓이면서, 실손의료보험이 그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과잉의료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와 같은 국민건강보험 미적용 항목에서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보험사들은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고 있으며, 보험료 인상 우려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4년 내 실손보험료가 두 배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5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지난 2020년 7조696억 원에서 지난해 9조187억 원으로, 3년 만에 27.6%가 급증했다. 매년 약 9%씩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난 셈이다. 올 상반기에도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해 이 같은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2028년에는 무려 1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실손의료보험의 '비급여 항목'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급여 의료비 본인 부담금뿐만 아니라 비급여 의료비도 함께 보장한다.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으로는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제, 발달 지연 치료, 척추 관련 수술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일부 항목에서는 연평균 두 자릿수에 달하는 보험금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예를 들어, 발달 지연 관련 항목의 보험금은 3년 만에 네 배가량 급증해 2020년 434억 원에서 지난해 1623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8년 발달 지연 항목 보험금 지급액만 약 1조7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급여 항목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일부 의료기관의 진료 남용과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한 재활의학과는 IQ 124의 우등생이자 언어발달이 정상인 어린이에게 불필요한 언어치료를 권유하며 108회에 걸쳐 치료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실손보험은 총 1250만 원을 지급했다. 비급여 주사제와 같은 항목도 피로 해소나 미용 목적으로 과잉 사용되며 실손보험 청구가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비급여 남용 문제는 실손보험 적자로 이어져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손보험료는 60% 이상 인상되었지만, 여전히 실손보험의 적자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향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손해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40세 남성 기준으로 2028년 실손보험료는 현재보다 최대 두 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손보험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면서 국민에게 혜택보다 부담이 더 커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비급여 관리 체계와 실손보험 상품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급여 진료 항목이 보건당국의 관리와 감시를 받는 것과 달리, 비급여 진료 항목은 별도의 관리체계가 없어 의료기관이 진료비와 진료 횟수를 임의로 책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악용한 과잉 진료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실손보험의 적자 구조는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가 결합된 ‘혼합 진료’가 급증하면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비급여 진료가 수익성이 높은 진료과목이 되어 신규 개원이 증가하는 등,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장이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비급여 관리 체계의 부재와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보험료 인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선량한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실손보험이 '제2의 국민건강보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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