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이미지=구글세계 각국이 ‘수퍼항생제’를 찾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차세대 팬데믹 요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랜싯이 2024년 발표한 글로벌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471만 명에 달한다. 연구진은 2050년까지 매년 100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특히 한국은 인도·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 최상위 국가로 지목됐다.
한국의 취약성은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항생제 과다 사용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감기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어 내성균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둘째, 급속한 고령화다. 수퍼박테리아의 피해는 70세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다. 항생제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고령화 사회와 맞물리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가능성이 바다에서 포착됐다. 호주 서던크로스대 연구팀은 최근 굴의 혈림프(혈액에 해당하는 체액)에서 기존 항생제 효과를 최대 32배까지 높이는 천연 물질을 발견했다.
굴은 미생물이 가득한 바닷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특한 방어 시스템을 진화시켰다. 외부 세균과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환경에서도 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굴 혈림프에 유해 미생물만 선별적으로 죽이는 천연 항생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벤켄도르프 교수는 “굴은 해파리·해면 등 다른 해양 생물보다 독성이 낮고, 항생물질을 발견하기에 최적 조건을 갖춘 생물”이라며 “이 물질은 차세대 수퍼항생제 후보로 개발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더 이상 항생제 남용을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역 병·의원에서의 처방 관리 강화, 전 국민 대상 항생제 사용 교육, 고령층 감염병 관리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제 연구 협력을 통해 굴과 같은 해양 생물 기반 신약 개발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퍼박테리아는 이미 한국 사회에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와 있다. 바다 속 굴이 지닌 ‘자연의 항생제’가 한국을 구할 단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