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영/사진=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시영(43) 씨가 최근 이혼 이후 냉동 보관해둔 배아를 이식해 둘째를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기존 가족 개념을 벗어난 ‘비혼 임신’과 ‘배아 출산’에 대한 법적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씨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결혼생활 중 시험관 시술로 준비한 배아를, 법적 관계가 정리되어 가던 즈음 이식했다”며 “전 배우자의 동의는 없었지만,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그녀가 쓴 ‘법적 관계가 정리되어 갈 즈음’이라는 표현은 배아 이식 시점이 이혼 성립 전인지 후인지 불명확하다. 이에 따라 친생자 추정과 부자(父子) 관계 형성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혼인 중 임신’ 추정 규정…배아 이식엔 적용 어려워
민법 제844조 제3항은 “혼인관계 종료 후 300일 내에 태어난 자녀는 혼인 중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출산 시점을 기준으로 임신 시기를 추정해 친생관계를 자동 인정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자연 임신’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험관 시술이나 배아 이식처럼 명확한 ‘수정 시점’이 기록되는 인공수정의 경우, 오히려 해당 추정 규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병원 기록에 임신 시기가 명확히 남기 때문에, ‘300일 내 출산=혼인 중 임신’이라는 민법의 전제는 의미를 잃는다”며 “배아 이식 시점이 법적으로 이혼이 확정된 이후였다면, 자녀는 혼인 외 출생자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혼 전 이식했다면?…양육비·상속까지 책임 생길 수도
다만 이씨가 이혼 성립 전 배아를 이식했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법은 착상 시점을 기준으로 임신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식했다면 ‘혼인 중 임신’으로 간주된다.
이럴 경우 전 남편은 친생부로 추정돼, 출생한 아이에 대해 친권, 양육권, 상속권, 양육비 지급 등의 법적 책임이 자동으로 발생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남편 측이 ‘친생자 부인의 소’를 제기해 법적 관계를 다툴 수 있다.
실제로 이씨는 지난 3월 이혼 소식을 공개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배아를 이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적인 임신 기간을 감안할 때 출산은 이혼일로부터 300일 이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친자 성립 여부, 병원 기록이 열쇠
결국 핵심은 ‘배아 이식 시점’이다. 생물학적 수정일이나 착상일이 명확히 병원에 남기 때문에, 법원은 기존 민법 조항보다 의료기록을 근거로 친생자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법적 이혼 이후에 배아를 이식한 경우라면, 전 배우자와의 법적 부자 관계는 자동 성립되지 않는다. 이 경우 친부가 아이를 인지하거나, 어머니가 출생신고 후 인지신고서를 제출해야만 부자 관계가 형성된다.
혼외 임신·출산, 이제는 제도 논의할 때
이번 사례는 ‘혼인이라는 제도 안에서만 출산이 가능하다’는 기존 법적·사회적 통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동결 배아, 비혼 출산, 동의 없는 시술 등 다양한 생식기술과 가족형태가 현실이 된 지금, 민법상 친생자 추정 규정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 변호사는 “이씨의 경우 전 남편이 아이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 큰 논란은 없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혼 한 달 뒤 배아 이식 후 300일을 넘겨 출산하는 등의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며 “그 전에 제도적 해석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