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 Love You (2024) 제작비 부담 커진 K드라마, 가성비 찾다 일본행
한국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20억원을 넘어서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가성비’를 찾아 일본 드라마에 주목하고 있다. K-콘텐츠의 제작 인프라는 유지하되, 일본 배우와 배경을 입히는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도 속속 도입되며 새로운 한류 모델이 탄생하고 있다.
현재 한국 드라마의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주연 배우의 회당 출연료가 3억~5억 원에 달하면서, 한 편 제작에 최소 20억 원은 기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일본은 10억 원 안팎이면 동일 장르의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고비용으로 분류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조차 주연 배우의 회당 출연료가 1천만 엔(한화 약 9,30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입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며 “일본은 정서적으로 한국과 유사하면서도 제작비는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어 글로벌 OTT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티빙이 최근 선보인 일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박민영 주연의 K드라마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제작, 각본, 연출 모두 한국 제작진이 맡고, 배우만 일본 배우를 기용한 방식이다. 일본 아마존 프라임에서 1위를 기록하며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넷플릭스도 일본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3의 예고편을 8일 공개했다. 생존 게임을 소재로 한 이 시리즈는 한국 ‘오징어게임’과 유사한 데스게임 장르로, 극한의 상황 속 도덕적 선택과 생존 심리를 자극하며 글로벌 팬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제작비 상승은 콘텐츠 공급량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국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3년 123편, 2024년에는 100여 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80편 이하로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OTT들이 한국 대신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또 다른 배경이기도 하다.
OTT업계는 일본 제작 시장을 단순 대체재가 아닌 ‘확장 가능한 실험실’로 바라보고 있다. 원작은 한국 웹소설, 제작은 K제작사, 배우는 일본 현지 캐스팅으로 구성된 융합형 모델이 향후 한류의 새로운 포맷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전문가는 “이제는 '한국=한국 배우=한국 배경'이 아니라, 핵심은 스토리와 제작력”이라며 “K콘텐츠의 본질을 유지한 채 현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이 시장 확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