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스포츠 롯데월드몰점 매장/사진=무신사
3040에겐 향수, 1020에겐 새로움… 패션 유통가의 ‘레트로 부활 프로젝트’
1990~200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브랜드들이 다시 패션 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유통업계는 이른바 ‘추억의 브랜드’들을 최신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며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향수에 트렌드를 입히다
롯데홈쇼핑은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안나수이’**와 독일 명품 브랜드 **‘에스까다’**를 앞세워 중장년 여성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롯데홈쇼핑이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상품군을 확장 중이다.
‘시퀸 레이스 니트’(3,800건), ‘슬리브리스 블라우스 3종’(3,100건) 등 방송마다 수천 건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
안나수이는 올해 1~4월 기준, 전년 대비 방송당 평균 주문건수 40% 증가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에스까다 역시 전년 대비 주문건수 50% 증가, 여름 재킷은 한 회 방송에 4,100세트 판매되며 흥행을 입증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들 브랜드는 3040 여성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디키즈 2025년 여름 룩북/사진=무신사
무신사, 1020세대에 ‘뉴트로’를 심다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는 1990~2000년대 대표 브랜드들을 1020세대 중심의 감성으로 재구성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국민 책가방’ 잔스포츠, 무신사 유통 전환 이후 검색량 180% 증가, 매출 64% 성장
1922년생 워크웨어 브랜드 ‘디키즈’, 무신사 독점 유통 이후 1분기 매출 2배 증가
오프라인 유통도 공격적 확장: 스타필드 수원·하남·잠실 롯데월드몰에 매장 입점, 하반기 주요 백화점 진출 예정
무신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챔피온(Champion)**까지 품에 안았다.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이었던 챔피온은 1980년대 전성기 이후 국내에서는 주춤했지만, 2025년 무신사 유통 전환을 계기로 리브랜딩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챔피온의 유산을 지키면서도 Z세대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전했다.
레트로는 마케팅이 아니라 문화다
3040세대에게는 "그때 그 브랜드"가, 1020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성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단순한 재판매가 아닌 '문화적 재포지셔닝'이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핵심이다.
‘잊혀진 브랜드는 없다. 다만 다시 꺼내 쓸 타이밍만 있을 뿐’이라는 말처럼, 레트로 감성에 트렌드 감각을 더한 이들 리브랜딩 사례는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에 시사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