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전공의협이 지난 8일 서울의대 앞 마로니에 공원에서 의료농단 규탄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출처=의학신문 전국 176개 수련병원이 2025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3,594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 수가 극히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집은 12월 4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었으나, 대부분의 병원이 10명 안팎의 지원자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전통적으로 전공의들이 선호해온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조차 지원자 수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빅5 병원 중 두 곳은 “지원자 정보는 비공개”라고 밝혔고, 한 병원의 관계자는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남아 있는 전공의가 특정될 우려로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A대학병원장은 이번 모집 결과에 대해 “전공의들이 공정과 상식을 추구했다고 본다”며 “일부에서 예상했던 ‘빈집털이’ 지원 현상은 없었다. 이는 전공의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모집 결과는 의료대란과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 처단을 명령한 계엄령 사태 이후, 의료계 내부의 비판적 정서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대의료원은 139명을 모집했으나 한 자릿수 지원에 그쳤으며, 중앙대병원은 37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빅5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마저 사라진 이번 모집 결과는 전공의들이 의료 시스템과 정부 정책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결과와 함께,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8일 성명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하라”고 정부와 40개 의대 총장들에게 요구했다. 같은 날,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의료농단 규탄 시위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전공의들은 더 이상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계와 정부 정책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번 모집 결과는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와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