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글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매각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하며, 일본제철이 보유한 포스코홀딩스 주식 289만 4712주를 모두 처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양사 간의 협력 관계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사 US스틸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2022년 기준 세계 철강 생산량 4위(4437만 톤)의 일본제철은 US스틸(1449만 톤)을 인수함으로써 연간 조강 생산량을 약 860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일본제철의 연간 조강 생산량 목표인 1억 톤 달성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은 US스틸 지분 전량을 주당 55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US스틸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 인수는 일본제철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철강업계의 판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미국 정치권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심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와 일본제철은 50년간 밀접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1970년대 포스코가 설립될 당시, 일본제철의 기술적 지원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포항제철소가 건립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79년 이후, 양사는 협력보다는 경쟁을 선택했고, 포스코는 조강 생산량에서 일본제철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0년 양사는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재개했고, 이후 2006년에는 상호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등 관계를 강화했다. 일본제철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약 3.4%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포스코 역시 일본제철의 지분 약 1.7%를 보유했다.
그러나 일본제철이 이번에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 관계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철강 수출 장벽과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협력보다는 독자적인 유동성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제철의 지분 전량 처분에 대해 포스코홀딩스는 사전에 협의가 있었으며, 양사 간 전략적 협력 관계는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포스코 역시 향후 일본제철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제철 지분 매각으로 포스코홀딩스가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약 4700억 원에 달한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소재 및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유동성을 확보 중이다. 철강업계의 부진과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철강 사업 외의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홀딩스의 연결순이익은 감소했으나, 운전자본 지출을 줄이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또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 협약을 체결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 지분 매각으로 인한 유동성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제철의 포스코홀딩스 지분 매각 결정은 철강업계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양사의 협력 관계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각사가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가 글로벌 환경 규제와 수출 장벽에 직면한 상황에서, 일본제철과 포스코홀딩스 모두 자사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일본제철 간 협력 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그리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